들어가며
최근 글 슬럼프에 빠져있습니다. 뭘 쓰든 진솔되어 보이지 않는 요 요상한 병... 👀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주제를 쪼개듯, 올해는 조금 더 작은 주제로 가볍게 써보기를 다짐했습니다.
이 글은 지금 이 시점의 생각들을 두서없이 정리해두겠습니다.
개발을 잘함에 대하여
'개발을 잘 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1년이 지나고 개발자로서 회사 일이 얼추 손에 익자 가장 자주 떠올렸던 질문입니다.
일을 잘 하고 싶은 욕심이 계속 있어서 하나하나 시도하다가도 개발자의 본업은 결국 '개발'입니다. 회사 일이 손에 익고 작업 일정 산정과 기능 구현을 하면서도 내가 개발을 잘 하고 있는가? 하고 자문해보면 괜히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한해동안 주변에서 이 사람은 개발을 잘해- 라고 평 받았던 사람들을 관찰해보기도 하고, 나는 어떤 개발을 하고 싶은가 고민해왔습니다.
지금 저는 "개발을 잘함"을 요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 기술의 임계점을 잘 찾는 것.
- 즉, 기술에 투여하고 있는 시간, 리소스와 결과의 균형을 잘 찾음.
- 도입하는 인프라, 코딩이 소화할 수 있는 임계점을 잘 측정하고 오버엔지니어링하지 않음.
- 요구사항에 대한 시야가 넓은 것.
- 요구사항의 맥락을 잘 이해하고, 주어진 맥락과 충돌하지 않을지 알 수 있는 시야가 있음.
- 새로운 것을 잘 흡수할 수 있고, 관심있는 것에 집요함이 있는 것.
- 내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것.
- 올해 배운 것 중에 인상깊었던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라는 방식.
- 언제 어떤 부분에서든 예상치 못한 예외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 그리고 내가 관리하고 있는 범주의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있음.
AI시대 개발자로서 살아남기
기계어에서 고급 언어로의 프레이밍이 바뀌어 온 것처럼.
어찌보면 우리는 거대한 변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순간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급 언어로 코딩을 하던 때에서 LLM에게 자연어로 커맨드한 코딩으로의 전환인 것이죠.
개인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시도해보는 것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자평하고 있었지만, 하루아침마다 쏟아지는 업데이트들을 모두 팔로업하기란 흥미롭지만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지금은 다른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툴을 위주로 테스트해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Claude Code, Codex 를 중심으로 사용중)
AI 코드 에이전트와 작업하며 얻은 노하우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문서화나 테스트 구성을 잘 해가면서 작업하는 것입니다.
AI를 통해 병행으로 작업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다보니 너무 폭이 넓은 병행 작업은 오히려 컨텍스트 스위칭에 부하가 걸립니다. 그걸 보완하는 방법이 테스트나 문서를 먼저 작성하여 AI의 컨텍스트도 이어주고 작업자인 저의 컨텍스트도 이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프롬프팅을 잘 하는 것보다는 한 가지 작업에 대한 문서를 계속 작성하고 갱신해가며 작업하는 것이 저에겐 더 효율적인 방식이었습니다.
결국 AI 가 작성한 코드를 판단하는 것은 작업자입니다.
나의 역량이 툴을 활용하는 데에 가장 큰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설계의 방향이나 이 코드를 사용했을 때의 문제점. 오버프로그래밍 정도 등을 판단하는 역량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반면 아쉬웠던 점은, 코드 외의 루틴한 일을 AI 로 개선해보는 작업을 못한 것입니다. 이미 제가 스스로 구축해놓은 루틴한 업무의 가장 효율적인 길을 일종의 마이그레이션해야하는데, 이 마이그레이션 후에는 테스트를 해보고 사내 공유를 통해 방법도 공유해야하는 작업이 뒤따릅니다. 이런 실험의 여유가 없었던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이제 AI 툴들을 잘 오케스트레이션 하는 것이 개발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가벼운 개인 프로젝트나 개인 생활 보조 용도의 툴을 AI를 활용해서 배포해보고 싶은 포부를 밝히며 요 단락은 여기서 마무리.
스타트업 백엔드 개발자로서의 회고
백엔드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지 만 2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에게 가장 큰 정체성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다양한 회사 유형 중 스타트업 백엔드 개발자로서의 역할과 필요한 역량에 대해 고민한 내용도 짧게 회고해보려고합니다.
견고한 설계와 투여 시간과의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2025년 하반기, 팀에 격변이 생기며 거의 1인으로서 기능을 구현하고 CS 를 하면서 부각된 중요성입니다. 설계는 얼마든지(?) 견고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 내에 내가 소화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어요. 스케줄러를 구현할 때, 당연히 스케줄링의 상태 관리와 로깅, 에러 알림, 보상로직 등 해야할 것들은 쏟아지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확실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를 찾기 전까지, 늘 사업의 방향은 변경됩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주기로.
이것은 사업의 방향 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까지 이어집니다. 빠른 도입과 검증의 반복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게 당연히 스트레스를 병행합니다만, 저는 이렇게 일하는 것이 더 흥미롭기도 했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이미 구현한 기능을 고도화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확실한 수익을 내는 것이 검증된 기능이라면 충분히 고도화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겠지요 👀
역시 사람이 매우 중요합니다. 1,000명이 일하는 회사라면 한 사람의 영향력은 1/1,000 정도 수준에서 약간의 가점이겠지만. 10명이 일하는 회사라면 한 사람의 영향력은 1/10 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강해지고, 동료로서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 일하는가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내게 잘 맞는 도메인인 편이 더 몰입이 잘 됩니다. 백엔드 개발자로서 할 일에만 집중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보다는 나 또한 서비스의 타겟 유저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어야 아이디어를 내거나 서비스 피드백에 더 효율적인 것을 느꼈습니다.
聰明不如鈍筆(총명불여둔필)
엉성한 기록이라도 총명함보다 낫다. 라는 말을 좀 더 새기는 새해를 보내려고합니다.
2026년은 특히 회고나 단상같은 것을 주로 기록해 보려고하는데요. AI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내 이야기를 기록해두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특히나 블로그라는 공간을 조금 더 사람의 냄새(?)를 풍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과 말로 하는 회고는 한계가 있습니다. 늘 시간에 마모되더라고요.
그때 그때 적어두는 것이 당시를 기억하기에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작은 기록들이 쌓여서 결국 큰 기록이 되고, 나를 드러내는 가장 큰 레퍼런스가 될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또,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하는 여유가 되기도 합니다. 아주 빠르게 떠오르고 흩어지는 생각들을 포착해 집요하게 누군가를 이해시키기 위한 글로 만들어 둔다는 것은, 사실은 나 자신을 나에게 이해시키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뒤와 논리를 맞추고, 생각의 맥락을 찾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작년 한해는 글 한 줄, 말 한마디가 매우 힘겹게 느껴졌던 2025년이었습니다.
무엇하나 작성하려고 하다가도 생각을 정리하다가 제풀에 지치곤 했습니다. 좀더 가볍게 자주 글을 쓰는 (즉, 생각을 하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느껴집니다.
이제 3년차로 돌입하며, 곧 연차의 무게가 느껴질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한 해 한 해 지나갈 수록 더 농익은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며 ㅋㅋㅋ 그리고 더 확장될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